희망봉에서 온 엽서
케이프타운에 겨울이 오는 소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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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스 아프리카 | Date 2013-07-12 16:23:00 | hit 2,078 |
케이프타운 유월에서 팔월 사이는 겨울비가 내리는 계절입니다.
년 평균 강우량은 520 mm 안 밖인데 절반 정도가 이 시기에 몰려 내리죠.
저는 이 도시에 와서 살며 매년 겨울시간이 찾아오기 앞서 챙겨두는 소소한 일 하나가 생겼습니다.
비가 잦은 겨울, 마당에 빨래를 널 수 없어 집안 거실 한 쪽에 빨랫줄을 팽팽하게 잡아 거는 일입니다.
아내는 다용도로 빨래 대신 무 청을 이 줄에 널어 말리기도 하더군요.
작년까지는 케이프타운으로 들어 올 때 가져온 이민 살림을 포장했던 이마트 상호가 박힌 나이론 노끈을 활용 하였습니다.
그 끈의 폭은 제법 되었지만 맥 없이 축 늘어져 올해는 꼬아 만든 튼실한 새 줄로 바꿔 주었습니다.
빨래 줄 중간 쯤에서 아래로 늘어지는 곳에는 줄과 나란한 옆쪽 벽에 못을 하나 쳐 주었습니다.
그리곤 다른 줄로 붙잡아 매어 주니 제법 힘을 쓸 정도가 되더군요.
저는 생명 없는 빨래 줄도 우리 사는 세상살이처럼 서로 밀고 당겨주는 마음이 필요한 것임을 알았답니다.
아마 이 줄은 우리 가족이 케이프타운 생활을 하는 동안 매년 겨울이면 함께 할 것입니다.
거실 한 쪽에 내걸린 빨랫줄이 거두어 질 즈음, 그 날은 케이프타운 겨울 가고 봄이 찾아 오는 날 일 것 입니다.
고국에는 무장무장 번지는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찾아 올거라 그러더군요.
그 속에서도 건강한 나날들 되시길요.
희망봉에서 김은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