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봉에서 온 엽서

희망봉에서 온 엽서

보첼리와 함께한 가을 밤
by 땡스아프리카 | Date 2019-05-02 19:41:45 hit 1,307

편견이겠지만 뭐든 좋아하기까지는 뜸이 걸리는 나다. 

안드레아 보첼리도 그랬다. 

베냐미노 질리, 엔리코 카루소,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남성다움에 비해 그는 곱게만 노래한다고 생각해서였다.

 

보첼리가 케이프타운에 온다는 소식을 알려준 것은 딸 아이였다. 

온라인 티켓 판매는 단 5분 내 매진,‘좌석을 늘리고 티켓을 더 팔아라’. 

팬들의 성화로 본래 자리에 양 옆 추가 좌석을 만들고 표를 팔았다. 

가까스로 두 장의 표가 손에 들어 왔다. 

콘서트 장소는 포도원이 있는 남아공 최고의 럭셔리 이스테이트 안이었다.

 

소풍날보다도 소풍 전날이 더 신나는 법, 관객은 콘서트 3시간 전부터 입장했다. 

잔디에 앉고 눕고 맥주와 와인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이 재미를 놓쳐선 안 된다. 

나는 ‘살면서 이런 게 기쁨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몇 가지 중 하나가 바로 이 때다. 

내가 좋아하는 뭔가를 기다리는 이런 시간 말이다.

 

오프닝은 보첼리 없이 합창곡 베르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었다. 

이 나라에 15년 넘게 살아 봐서, 아니면 계절 탓인가? 

찬바람 부는 이즈음 부쩍 흑인들의 고단한 삶이 다시 들여다 보인다. 

저 오프닝 곡이 나에겐 ‘히브리’가 아닌 ‘아프리카 노예들의 합창’으로 들렸다.

 

가을이라 해는 금방 떨어지고 이내 어둑 밤이 찾아 왔다. 

천장은 열려 있고 별이 보였다. 

나와 아내의 자리 바로 위로 남십자성이 비치고 우리는 그 별자리를 쳐다보며 보첼리를 들었다.

 

중간쯤, 보첼리가 노래를 멈추고 한마디 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더 젊었을 때 케이프타운에 왔고 다시 오늘이다”, 

‘언제 내가 또 이 도시에 올 수 있겠냐’하는 소리 같았다. 

모두의 등뒤로 가는 게 세월이다.

 

그리곤 “모든 아버지들에게 아들은 언제나 말썽이었지” 라고 하자, 

그의 둘째 아들 마테오가 무대 커튼을 살짝 젖히며 장난꾸러기처럼 웃고 있었다. 

보첼리와 아들 마테오의 듀엣 곡은 <Fall on me>, 

지금 함께 노래한 내 아들의 얼굴을 단 1분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것, 이 얼마나 행복인가.

 

시간 반이 흘러 콘서트는 끝나고 관중의 기립박수에 보첼리는 다시 나와 <Time to say goodbye>로 안녕을 청했지만 ‘앵콜’, 또 ‘앵콜’에 밀려 네 곡을 더 선물했다. 

무대 뒤로 사라지다 다시 걸어 나오는 보첼리를 보면서 마음 따뜻한 이웃집 아저씨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앵콜 곡, 엘비스 프레스리의 <Can’t help falling in love> 처럼

아!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던’ ...

사월의 밤이 깊어만 간다.

 

케이프타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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