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몹시 불던 간 밤, 아내와 딸과 술 한잔 하며 어쩌다 결혼 이야기까지 번졌습니다.

아직은 시간이 더 흘러야 결혼할 나이가 되는 딸에게 저는 '너의 임자를 만나는 법'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그 밤은 취중이었지만, 평소 가지고 있던 저의 생각을 정리 하자면 이렇습니다.  

딸아!

우리의 인생에서는 예기치 않은 사건이 삶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 경우가 있다.

아빠는 으뜸의 사건으로 '사람과의 만남, 인연'이라고 믿는다.

빗물은 대지에 내린 후 갖가지 인연을 만들고 자신의 생을 마친다.

아무 곳에나 스며들고 하수구로 흘러가 금방 소멸해 버리는 빗물, 

강으로 바다로 먼 길을 떠나는 빗물, 

그리고 농작물이나 인간들의 삶에 도움을 주는 빗물이 있지 않을까?

나는 누구를 만날까? 

세상을 건너며 만나야 할 사람들, 그 중에서도 제대로 된 너의 임자를 만나는 눈을 가지면 좋겠구나.

나의 사람을 만나는 일은 너무도 중요한 인생의 대사건이며 서로의 운명을 가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 가지로 이야기 해보자.

첫 번째는 '인성(人性)'이다.

그 사람의 됨됨이, 성품, 더 쉽게 이야기 하자면 싸가지를 말한다. 

이건 쉽게 바뀌지 않는다. 

결정적인 순간에 튀어 나오게 되어 있는 것, 인성이다. 

그가 다른 사람들과 가지는 유대 관계를 지켜봐라, 

그가 어떻게 타인을 대하는지 유심히 보거라.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실천은 없고 말이 앞서며 자세를 자주 바꾸는 사람, 이런 사람은 믿음이 덜하고 영 아니더라. 

허당이다. 

겸손하고 마음이 따뜻하며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좋다.

만날 때 마다 너의 가슴을 커지게 해주는 사람, 언제나 처음처럼 변함없이 너를 대하는 사람을 만나라.

만나면 만날수록 좋아지는 녀석이 진짜배기다.

둘째는 그가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이다.

일생에서 생업은 매우 중요하다.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일을 얼마만큼 사랑하며 그 일에 온전히 몰입하는지 그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직업적 전문성은 저절로 생긴다.

무슨 일을 하던지 직업인으로서 그의 자세와 열정을 보거라.

분명 이런 이는 지금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약속 받을 것이다.

이는 곧 그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능력이라고 해도 좋겠다.

셋째는 '유머감각'이다.

여유를 가진 자가 유머도 할 줄 안다.

웃음이 있는 사람과 함께 한다면 너의 인생 또한 더 재미 있지 않겠냐?

남을 깎아 내리고 웃음을 만드는 사람은 편협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피해야 한다.

자신을 낮추고 주변을 밝게 만드는 사람이 진짜 큰 사람이요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은 힘든 세상도 긍정하며 살아 간다.

웃는 얼굴, 인생 승패는 얼굴에서 갈린다. 

딸아!

바깥으로 드러나는 표면적인 것들은 그리 믿을만한 지표가 못 된다.

아직 어린 너에겐 쉽지 않겠지만 상대의 겉모습에 너무 현혹되지 말아라.

내면이 꽉 찬 이가 진짜 매력적인 사람이다. 

이런 만남은 너의 삶에서 이미 절반은 성공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건 늘 아빠가 너에게 하는 이야기지.

진정 너가 바라는 임자를 만나고 싶다면? 

먼저 스스로 가꾸고 너의 그릇을 채우는 공부를 하거라. 

새도 좋은 나무를 고른다. 

하물며 나무라고 새를 고르지 아니 하겠는가?

서로 함께 하는 시간 

언제나 서로를 공명하며 

너를 다른 세상으로 이르게 해주는 진짜 임자를 만나기를 ...

안녕.

2월 달밤에